Overnight hiking

지리산 화대종주 도전기(DNF)

profile picture 2KM

2025.09.29

* Activity Records 상의 습도, 풍속은 6시 51분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최대치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Windy.app 확인)

 

지리산 화대종주를 위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구례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두어 달 전부터 틈틈이 준비를 하다 보니 금세 시간이 흘렀다. 출발 전까지 날씨를 체크하며 산행에 문제가 없을지를 판단했다. 천왕봉에 오르는 둘째 날에 비가 오는 게 내심 아쉬웠지만 일주일 미룬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

가마솥 소머리국밥

구례구역에 도착해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택시를 잡아 구례 시장으로 향했다. 긴 산행 전 마지막 식사이기도 한 만큼 든든한 국밥으로 정했다. 배를 채우고 다음 날 식사 대용 햄버거를 사서 게스트 하우스로 향한다.

다락방 게스트하우스

새벽 3시(하절기 지리산 입산 시간)까지 머물기 위한 장소로 3만 원이 채 안 되는 화엄사 아래 게스트 하우스를 잡았다. 밤 9시가 되면 호스트와 게스트들이 모여 티타임을 한다. 찻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능숙하게 보이차를 내려 주신다. 산행을 위해서는 화엄사 입구까지 약 2km의 거리가 있지만 걸어가며 워밍업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10시가 조금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1일차

2시 반이 조금 안된 시각, 게스트 하우스를 빠져나와 화엄사 입구에 도착했다. 들머리에 도착하여 헤드랜턴을 꺼내 산행을 준비한다. 새벽에도 반팔을 입어도 될 만큼 걷기에 좋은 온도였다.

반복되는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코재, 무넹기를 지나 6시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했다. 도착 직전에 멧돼지를 만나 당황했지만 녀석은 별 관심이 없다는 듯 한번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숙여 먹이를 찾았다. 대피소에 앉아 아내가 싸준 유부초밥으로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노고단 고개에서 본 풍경
노고단 고개에서 본 풍경
노고단 고개에서 본 풍경
임걸령 샘물
임걸령 샘물

지리산은 듣던 대로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각 대피소와 임걸령, 선비샘 등 물을 충분히 채울 수 있어 긴 산행에도 안심할 수 있다.

지리산은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삼도가 만나는 지점이다. 화엄사에서 오를 땐 전라도 사투리가, 중산리로 하산할 땐 경상도 사투리가 들렸던 경험은 의외의 재밌는 포인트다.

 

화개재
화개재
곰 주의 알림종
곰 주의 알림종

최근 반달가슴곰 개체 수가 늘었다는 기사와 연하천 대피소에 나타나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진 곰 영상을 접하고 나니 긴장이 됐던 게 사실이다. 곰벨을 챙겨 인기척을 내주고 근처에 사람이 있는 구간에서는 음소거를 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등산 스틱을 이용해 소리를 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존하되 마주치지 말자.

 

12시 15분경, 긴장과 함께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물을 보충하고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삼도봉과 토끼봉에서 만난 어르신을 다시 만났다. 인사를 드렸더니 조금 뒤 자신의 간식을 나눠주셨다. 산에서 만난 처음 뵙는 분의 호의에 감사하면서도 드릴 게 없어 죄송했다. 마침 세석까지 가신다고 하기에 그때 뭔가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인사를 드리고 출발했다.

 

선비샘

6시가 넘어서야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벽소령을 지나 세석에 오기까지는 만만치 않았다. 저녁이 되고 비가 슬슬 내리니 체온이 떨어짐을 느껴졌다. 우선 자리를 배정받고 잠시 누웠다가 쑤신 몸을 이끌고 취사장으로 향한다.

 

저녁 메뉴 - 알리 올리오

저녁 메뉴는 펜네(면)과 인스턴트 소스를 이용한 알리 올리오.

 

2일차

둘째 날도 3시에 출발을 해야 했건만 5분 전에 일어났다. 전날 잠을 설친 탓이다. 계획보다 출발 시간이 늦었지만 먹고 힘을 내서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수프를 끓여 배를 채우고 서둘러 출발했다. 예보대로 비바람과 안개로 시야 확보에 주의하며 걸어야 했다.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아침 7시 9분, 장터목을 지나 천왕봉에 도착했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비를 피하는 동안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산행을 이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빠른 길로 하산할 것인지. 결국 답을 내지 못하고 천왕봉에 오르자 판단이 섰다. 중산리로의 하산. 기상 악화, 돌아오는 기차 시간 등 수많은 변명이 머릿속에 맴돌았지만 결국 모든 건 체력의 문제로 귀결됐다. 마지막 남은 11km 중 6km를 지워냈다. 화대종주에서 화중종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천왕봉-중산리 5.4km 이정표

나머지 5.4km의 하산길을 무사히 마무리했다(천왕봉에서의 카메라의 침수로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교통편은 버스를 통해 중산리 버스터미널 - 진주 시외버스터미널을 경유해 대전복합터미널로 돌아왔다.

 

 

지리산의 조각들

Activity Records
Distance
39km
Temperature
Max 18.0°C
Precipitation
9.4%
Humidity
99.0%
Wind
3.0m/s
GPX
GPX 1
GPX 2
GPX 3
Ta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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