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30
지난 6월 둘째주, 왓더리치무비하이킹클럽 4회차를 진행했습니다. 종주를 좋아하는 하이커라면 들어보셨을 기-금-거-황 종주를 계획했습니다. 계획거리 약 27km의 코스로 초심자가 완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저를 제외한 두 명의 회원들은 이제 막 산에 다니기 시작한 소위 '등린이'지만, 그들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위험 부담이 있었지만 중간에 물을 급수할 수 있는 점, 중탈로가 많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중간에 나오더라도 도전해볼만 하다고 판단 후 진행 하였습니다.
용추사 일주문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비 예보가 있었기에 각자 대비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우중산행. 물론 좋지만 이제 쨍한 날이 그립습니다.
용추사 일주문 - 기백산
하지만 이번 비는 선선한 날씨를 제공해주었고, 우리는 좋은 컨디션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산에 들어오니 습도는 높아지고 내리는 비도 나무가 막아주니 겉옷을 벗고 산행을 이어갔습니다. 기백산의 많은 물 덕분에 숲은 푸르렀고, 비는 초록을 더 짙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번 하이킹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을 만났습니다. 메뚜기의 발 밑에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니 메뚜기였고, 탈피를 진행중인 것 같았습니다. 몇분 전에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뒷 모습이 여우로 보이는 동물이 제 인기척을 느끼고 재빠르게 도망간 것을 봤습니다. 여우가 기백산에 서식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내가 본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어 지금도 궁금합니다.
기백산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깨끗한 하늘은 아니었지만 되려 이 모습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하늘을 마주한 것도 같이간 친구들은 처음이기에 저는 한편으로 안도했습니다.
몇 분 후 주선이 도착했습니다. 저희와 다르게 혼자 계곡에 들어갔다 온 것 처럼 땀을 흘렸습니다. 그가 신발을 벗자 데크는 발모양으로 젖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하이킹에서 메뚜기와 더불어 가장 신기했던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백산 - 금원산
기백산에서 금원산 직전 임도까지는 평평한 구간이 펼쳐져 편하게 걸을 수 있습니다.
임도에 도착했지만 3시 30분이 되었습니다. 계획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했기 때문에 목적지 변경은 불가피했습니다. 금원산을 거치지 않고 임도를 통해 수망령으로 곧장 가는 길(3.6km)과 기존 코스대로 금원산을 통해서 가는 길(3.9km) 사이에 고민했지만 우선 수망령까지는 기존 코스대로 진행하였습니다.
금원산 동봉 직전, 정자 근처에 머무른 구름이 주는 풍경은 꽤나 근사했습니다. 하지만 주선과 거리가 멀어진 새에 주선은 발목을 접질렀습니다. 다행이도 천천히는 걸을 수 있는 정도였지만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물 부족과 야영지 문제로 어떻게든 수망령까지는 도착해야 했습니다.
금원산 - 수망령
수망령에 도착하니 다행이 충분한 물을 보급할 수 있었고, 정자와 그 부근에 텐트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안도감과 함께 무리해서 진행한 것이 아닌가 회원들에게 미안함도 잠시, 주선은 챙겨온 4L의 물을 다 마시고도, 제가 떠놓은 물 중에 2L를 그 자리에서 다 마셔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발열팩에 카레와 누룽지를 넣고 익히려고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누룽지는 여전히 딱딱했지만 허기진 탓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있었던 일을 안주삼아 저녁을 보내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자리에 눕기로 했습니다.
"형, 끝까지 못가서 아쉽지 않으세요?" 주선이 미안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별로 아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산은 완주가 목적일 수 있지만 저는 산에 오는 자체로도 즐겁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아저씨가 된 것 같습니다.
다음 날은 해가 쨍한 초여름 날씨였습니다. 우리는 자리를 정리하고 기념 사진을 남기고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수망령 - 용추사 일주문
수망령에서 용추사 일주문까지는 3.9km의 편한 임도길이기 때문에 편히 내려왔습니다. 언젠간 황-거-금-기 종주 재도전을 다짐하며 이번 하이킹을 마쳤습니다.